본문 바로가기
Opinion/칼럼

관계란 무엇인가? <공감의 시대>(제러미 리프킨 저)를 읽고...

by 신치 2011. 2. 28.

관계란 무한도전이다.

<엄마의 뱃속>

태아의 형태로 있으면서 내가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것은 엄마이다. 엄마가 숨을 쉬어야 내가 숨쉴 수 있었고, 엄마가 밥을 먹어야 나도 먹을 수 있었고, 엄마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고, 엄마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하나의 가느다란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다.

 

<관계의 시작>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 간호사, 의사와의 스치는관계가 시작된다. 그리고 오랜 기간 나와 함께 할 가족들과의 관계. 음성만 들었던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등을 만나게 된다. 물론 여전히 나와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은 엄마다. (물론 다른 누군가로 바뀔 수도 있겠지) 그렇게 엄마로부터 나의 관계들은 시작하게 된다

 

<친구>

엄마 친구의 딸/아들에서부터 나의 친구관계는 시작된다. 어쩌면 병원에서 태어나 신생아실에 있을 때부터 친구는 이미 생겼을 지도 모른다. 단지 기억하지 못할 뿐. 유치원, , , , 대학, 동아리 등등 엄청나게 많은 커뮤니티를 거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친구들이 늘어간다. 물론 그 중에서 일부는 지속되기도 하고, 일부는 반짝그 순간에만 친하게 지내기도 하고, 일부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기도 한다.

 

나에게 친구는 매년 바뀌는 존재였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연이어 같은 반이 되지 않는 이상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만나는 친구가 없었다. 그 이유?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의미 있고 깊이 있는 관계를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공감능력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 보여주고 싶은 나의 모습의 영역을 정해놓고 그 선을 넘기지 않기 위해 항상 적절한 선에서 관계를 정리했던 것 같다. 그런데 대학 이후에 만나는 사람들은 반이 바뀌거나 학교가 바뀌는 등의 이벤트가 없었다. 그때부터 친구가 된 이들과의 관계는 지속되어야 했다. 이제는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내 모습의 영역을 더 확장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공적인 관계>

을 하게 되면서 서로 예의를 차려야 하고, 각자 맡은 바 임무만 잘 하면 되고, 적정선을 유지해야 하는 동료라는 관계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보다 거리가 조금 더 먼 고객이란 관계도 생기기 시작했다.

 

운이 좋아 첫 직장에서 친구같은 동료들을 얻었다. 가족보다 더 친하고, 친구보다 더 자주 보는 동료들이었다. 각자의 영업만 하면 됐기 때문에 특별히 부딪힐 일이 없어서 좋은 관계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반면에 꽤 불편한 고객이란 관계도 가지게 되었다. 항상 좋은 모습, 바른 모습, 잘 하고 있는 모습만 보여줘야 하는 강박에 시달리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과의 관계에 있는 내 모습을 견디기가 점차 힘들어졌다. <공감의 시대>에서 말하는 공감과잉이 이 때부터 시작되었고, 그로 인해 지금은 정서적으로도 메말랐을 뿐만 아니라 누구를 만나도 공감하기가 무척 힘든 상태이다. ‘나 자신에게 공감하는 것도 벅차다고 할까?

 

<관계 개조>

고객과의 관계에서 힘들어 하던 나는 결국 정리를 결심했다. 일을 그만둠과 동시에 힘들었던 관계들을 말끔하게 정리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연결되어 있어야만 했던 관계들을 내가 지속하고 싶은 관계들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잘라버렸다. 예전에 나는 이 관계들이 내 인생의 전부이고, 꼭 필요하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인지 정리하기는 힘들었고, 지속되는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는 쌓여갔다. 그런데 그 관계를 정리하고나니 내 생각만큼 중요한 관계들이 아니었다. 그 관계가 없어진다고 해서 내 인생이 크게 바뀐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때로는 정말 아니다라고 생각되는 관계가 있다면, 과감히 정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페르소나>

, 언니, 누나, 친구, 후배, 동생, 선배, 직원, 직장동료 등. 셀 수 없이 많은 관계들 속에서 나는 다양한 역할을 하며 살아 가고 있다. 그래서 때론 진짜 내가 누구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계속 가면을 바꿔 써가면서 그 역할에 맞는 나를 보여 준다. 그러다가 모든 가면을 내려놓고 그냥 원래의 무표정한 내 얼굴을 하고 있을 때가 있는데, 그때가 가장 편하고 가까운 가족들과 있을 때이다. 내게 주어진 많은 관계에서 벗어나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부터였다. 그랬더니 자연스레 가족들과의 대화는 점점 줄어들고, 가족들을 소홀히 대하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런 내 상태를 이해해 주고 받아들이고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계속 내 옆에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그렇게 다양하고 드라마틱한 삶을 살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가진 관계가 그리 다양하지는 않다. 하지만 나중에 독립한 후에 애완견이나 애완묘와 '인간이 아닌 다른 관계'를 맺을 수도 있고, 소울메이트 같은 사람을 만나서 낭만적이고 달달한 사랑을 하며 연애관계를 가질 수도 있다. 관계란 녀석은 내 기분을 바닥까지 가게도 했다가, 덕분에 막 힘이 솟게도 했다가, 그것 때문에 힘들었다가, 또 다른 관계 덕분에 다시 일어나기도 한다. 내게 관계란 도전하고 또 도전해도 항상 도전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