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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칼럼

[매일읽고쓰기] 110823 비유하기 연습

by 신치 2011. 8. 24.

읽기 : 단테 신곡 (지옥편, 연옥편)

따라 하기 : 비유. 단테는 엄청난 비유로 서사시를 전개해 나간다. 그토록 그리던 베아트리체를 만나러 가기 위해 지옥의 험난한 과정을 거치고, 연옥에 이르기까지. 이른 후에도.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온갖 인물들이 그의 시 안에 등장하고 있다. 그리스신화는 내가 익숙해서 그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단테와 동시대에 살았던 역사적 인물들도 굉장히 많이 등장하고 있다. 지옥에서 정치적으로 부패했던 사람들을 등장시키면서 비판하고, 연옥에서 그나마 괜찮은 등장인물들을, 천국편에서는 훌륭한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당대에 유행했던 기법이라고는 하지만, 날씨도 비유로 표현하는 것은 정말 신선했다.

쓰기 : 비유하기 연습

 이태리에서 담아 온 포도를 일주일이 지나 꺼내 들었다. 엄마와 함께 이태리의 맛을 보고 잠깐의 대화를 했다. 함께 드라마를 보고, 네 식구에서 반이 줄어들고 보니,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입고 있던 옷들을 벗게 만들고, 내 몸에 있던 노폐물들을 바깥으로 끊임없이 나오게 만들던 그분의 열정이 조금 머릿속을, 고민들을 몰아 내어주는 것으로 옮겨 갔나보다. 동생이 떠난 덕분에 생긴 나만의 공간에서 불을 끄고, 노트북 불빛에만 의존한채, 창문을 열어, 차 지나가는 소리,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있다. 이런게 달콤한 인생인가보다. 이 시간 편하게 연락해서 보고싶다, 사랑한다 얘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것마저 욕심 내고 싶지는 않다. 시간이 흐르고, 작고 소소한 부분들이 점점 더 아름답게 보일 때 쯤엔 내가 사랑하고 싶은 누군가도 나타나 주겠지.

요즘은 내가 산 속 돌 무더기들 사이에 어렵사리 자리잡고 피어 있는 들꽃이라기 보다 이탈리아에서 보았던 해바라기들 중 하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가 아닌 여럿 중에 하나. 그래서인지 외로워 해가 질 대쯤에 어김없이 생각나던 디오니소스와 이제는 거리 두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딱히 생각이 나지 않아서 왠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구름과자는 생각이 나긴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어김없이 디오니소스가 생각났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세상 천지에 나 혼자라는 느낌이 들었을 때, 뭘 해도 만족스럽지 못한 내 현실이 너무나 답답할 때, 그리고 그 현실이 전혀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기대도 할 수 없었을 때, 지금까지의 내 삶이 한 순간에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세상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고, 내 마음을 나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유는 너무나도 많았다. 그렇게 나를 매일 조금씩 합리화 시켜 갔다.

혼자 놀기의 달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정말 혼자만의 그 시간을 아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혼자 있어도 혼자인 것 같지 않다. 조용한 도서관에서 집중도 잘 할 수 있다. 책을 보면서 즐거움을 찾게 되었고, 사부님이 얘기했던 매일 읽기와 쓰기의 의미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책을 한 권 보더라도 매 순간 순간 나의 감정과 상황에 따라서 느껴지는 부분이 참 다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의 느낌과 생각들을 그 저자를 모방해서 표현하는 것이 매일 읽기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테의 신곡을 이태리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와 공항에서 읽었을 때와 오늘처럼 도서관에서 초집중하면서 읽었을 때의 느낌이 참 많이 달랐던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오로지 나만 향해서 열렸던 내 몸 곳곳의 세포들을 다른 방향과 다른 이들을 향해 열수 있는 여유가 좀 생긴 것 같다. 피사의 사탑이 5.5도 기울어졌을 뿐인데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 금방이라도 쓰러질듯한 기울기로 보이는 것처럼, 내 몸의 세포들 역시 각도를 조금만 틀면 나만이 아닌 나의 주변이들의 상황과 고민과 생활들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 여유로움이라는 것은 1도만 기울어져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꽤 많은 관심이 될 것 같아.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하기도 하다. 359도는 나에게로, 그리고 나머지 1도는 남들에게로. 하지만 그 1도를 느끼는 이들은 피사의 사탑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만큼이나 크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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