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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칼럼

10.이순신이 사람을 얻는 법

by 신치 2011. 6. 7.

사람들은 누구나 매력적인 사람이길 원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매력이 모든 사람에게 어필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난중일기>에서 이순신은 많은 그의 동료들로부터, 그리고 가족으로부터 존경 받고 인정받는 꽤 매력적인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다. 아마 지금 이순신이 살아 있다면, 하루 종일 그의 휴대전화는 그를 찾는 이들로 쉴 새가 없었을 것이다. 그의 일기에서 찾아 낸 이순신이 사람을 얻을 수 있었던 그의 매력을 알아 보려 한다.

1.     공감할 수 있는 원칙주의자

이순신은 자신만의 원칙을 세워놓고, 그에 따라 모든 판단을 하는 사람이었다. 특히, <난중일기>에서 유난히 많이 나오는 내용이 약속에 대한 것인데, 약속을 지키지 않은 병사들에 대해 징계를 했다는 내용이 많다. 아마 약속을 지켜야 함에 대한 것은 굳이 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일 것이다. 누구와 약속을 하든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약속에 대해 특히 엄격했던 그였기에 본인 스스로가 약속을 잘 지켰음은 당연했을 것이다.

예전 회사는 동종업계의 타사들보다 원칙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던 곳이다. 그리고 우리 팀을 이끌었던 리더도 그 원칙을 어느 누구보다 잘 지키는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한편으로는 원칙을 너무 잘 지키는 사람을 봤을 때, 답답하고 유연성도 없으며 고리타분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원칙이 깨졌을 때 오는 긴박하고 치명적인 순간이 왔을 경우, 원칙을 잘 지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원칙이 한번 깨지기 시작하면 원칙을 중시하는 리더가 이끌어 오던 팀이 와해 되는 것은 한 순간이다.

반면, 원칙을 잘 지키되, 그것이 아집으로 연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사람마다 각자의 삶에서 지키고자 하는 원칙이 다를 수 있다.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이런 경우에 나의 원칙만을 고집하고 무조건적으로 타인의 원칙을 배척하기보다, 충분히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팀 내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순신이 내세운 원칙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원칙이었다.

2.     솔선수범의 자세

원칙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부분은 그 원칙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일 것이다. 상하관계가 매우 뚜렸한 군대라는 공간에서 수많은 군사들을 이끌어 가는 사람이 만 하는 사람인지 행동으로 보여 주는 사람인지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무척이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만 번지르르하게 하고, ‘행동은 그와 반하는 사람을 따를 사람은 없다. 이런 면에서 술을 마셔도, 사람을 만나도,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거의 매일 활쏘기를 연습했던 이순신의 모습은 언제 왜적이 쳐들어 올지 모르는 전쟁이란 상황에서 장수들과 군사들에게 언제 어느 때든 전쟁의 실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무엇인지, 그렇기 때문에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준 행동이라 볼 수 있다.

특히 <난중일기>를 읽으며 놀랐던 부분이 있는데, 바로 이순신 장군 스스로 소금 굽는 가마솥을 만들었다는 부분과 메주를 만들어서 온돌에 넣었다는 부분이다. 큰 군사를 통솔하던 통제사가 가마솥을 굽고 메주를 만드는 모습이 상상이 되는가? 이런 부분을 보면, 이순신이란 사람은 분명히 자신이 병사들에게 시키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것이든 먼저 해 보고 그에 대한 지식들-일을 하는 방법, 성공하는 법,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을 유추 해 볼 수 있다.

이처럼 무슨 일을 하든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그를 따를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남에게 시키는 입장에서 시키는 것에 대해 알고 있음은 꽤 중요하다. 알고 있어야, 지시를 할 수 있고, 일을 하는 과정이나 마무리를 하는 과정에서 확인하고 수정 또는 보완을 할 수 있으며 잘못된 부분은 지적하고, 잘 된 부분에 대해서는 칭찬을 해 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배울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된다. 더불어 일을 시키는 입장에서도 리더십을 인정받을 수 있다.

3.     겸손함.

초고속 진급을 했던 이순신. 이는 주변 이들의 추천과 왕으로부터의 큰 신임을 얻어서 가능했다. 그리고 그들이 추천하고 신임했던 이유는 이순신 스스로가 훌륭한 업적들로 스스로의 능력을 보여주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임금의 총애와 영광이 너무 커서 분에 넘치고, 장수라는 자리에 있으면서 티끌만 한 공로도 바치지 못하였으니, 입으로는 교서를 외고 있으나 군사를 거느리기에는 스스로 부끄러울 뿐이라고 고백하고 있다.(난중일기 중, p233) 특히 이런 고백이 일기-아무도 보지 않는-에 적혀 있다는 것은 이 마음이 진심임을 알 수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데, 사람 중에는 높은 자리로 갈수록 많은 것을 가지면 가질수록 고개가 하늘 높은지 모르고 점점 높아지는 이들이 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 오만함으로 바뀌는 순간이 온다. 오만함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순간부터 그 사람의 주변에는 진심으로 충고해 주고 위해주는 사람들은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한다. 이런 면에서 이순신은 진심으로 스스로가 이룬 업적들을 자신의 공으로 돌리기보다 함께 한 이들에게 돌릴 줄 아는 겸손한 사람이었다.

4.     적절한 보상

이순신이 지닌 겸손함의 미덕은 나눔으로 이어진다. 그는 그에게 바쳐지는 여러 공물들을 타 지역에 있는 장수들과 나눌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는 오수가 잡은 청어 3 60두릅을 여러 곳의 공문을 처리하여 나눠 보낸 것, 항복한 왜인을 데리고 온 김탁 등의 장수들에게 무명 한 필씩을 주어 보낸 사례가 말해주듯 그는 자신에게 온 것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주변의 사람들과 나눌 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업적을 이룬 장수의 공을 인정하고, 그에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군사들 중 힘센 사람을 뽑아 씨름을 시키고, 그 중 가장 뛰어난 자에게 상으로 쌀 한말을 주고, 늦은 저녁 음식을 풀어 군사들에게 먹였다는 일화에서도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보상을 함으로써 그와 함께 했던 이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있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고자 하는 심리가 있음을 이순신은 이미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이지만, 그 인정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활력이나 열정을 금새 잃어 버리게 되는 것 같다. 이를 위해 이순신이 행했던 적절한 시점에 이루어졌던 인정과 적절한 보상은 충분히 배울 만하다.

5.     인간 존중

이순신은 지위고하를 따지기 전에 인간임을 먼저 생각한 사람이었다. 바람이 거칠게 부는 밤 종 금이를 본영으로 보내놓고, 날씨 때문에 종의 안위를 염려하는 모습에서는 왠지 조선 시대를 다룬 영화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듯 종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양반들과는 달리 그를 종으로써가 아닌 사람으로써 대하고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또 어느 날 저녁 항복한 왜인들이 광대놀이를 벌이는데 장수로써 그냥 두고 볼 일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마당놀음 한 번 하기를 간절히 바라므로 금하지 않았다고 하는 대목에서 적군까지 감싸줄 줄 아는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 아침에 본인을 보러 찾아 온 이방에게 밥을 먹여 보낸 모습에서도, 길을 떠나는 중 피난민들로 가득 찬 길에서 남자와 여자가 서로 부축해 가는 모습을 눈뜨고 차마 볼 수 없었다고 고백하는 모습에서도 어떤 누구에게든 인간적인 애정을 가지고 대하는 그의 마음을 찾아 볼 수 있다.

사람이 사람 위에 군림하려는 순간 그들의 관계는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사회적 위치와 지위적으로 아무리 상하 관계에 위치하더라도 사람간의 관계에서 기본적인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은 우리 모두 같은 사람이다라는 것이다. 간혹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가 없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예를 들면, 늦게 회사에 입사한 막내가 있다고 하자. 이 막내가 매일 출근해서 하는 일은 바닥을 쓸고 닦는 청소다. 물론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상사 중 한 명이 찢은 이면지 종이 조각들을 사무실 바닥에 버리고 있다. 그때 옆에 있던 다른 동료가 물어본다. “왜 여기다가 종이를 버려?” 그리고 종이를 버린 그 상사 왈, “(막내를 가리키며)어차피 내일 쟤가 치울거잖아?”라고. 이 이야기가 너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모 대학 곳곳을 청소해 주시는 아주머니들이 최소한의 생활비도 못 받고 있고, 일 하다가 맘 편히 쉴 곳조차 없는 노동환경에 대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흔히 사회적으로 잘난 사람들 중에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이들도 천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조차도,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이렇게 대했을지도 모른다. 어떤 상황이든 인간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은 그것을 당하는 사람에게는 다 똑같이 모욕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점점 사람이 귀하게 여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현 시대에 이순신이 보여주는 인간존중의 모습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6.     감사할 줄 아는 마음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알았던 이순신은 본인이 타인으로부터 받는 것들에 대해서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감사하게 여길 줄 알았다. 옥살이를 마치고 백의종군하여 서울에서 남으로 내려오는 길에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받은 것들에 대해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의 일기에 직접적으로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이 언급되기도 했지만, 어머님이 평안하게 계신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족들이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적어 놓은 일기에 그의 감사하고 있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이것은 함께 힘든 상황을 잘 버텨주고 있는 군사들과 장수들에게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때로 주위를 둘러보면 본인이 부탁을 했건, 받을 만한 일을 했던지 간에 자기가 받은 것에 대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거기에 한술 더 떠, 해준 것보다 더 바라는 사람도 있다. 더 바라는 부분에 대해 받지 못하면 화를 내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도 있다. 당연하다고 생가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을 하나 둘씩 떠나게 된다. 비록 몸은 떠나지 못할지라도, 마음은 이미 떠나가고 있다.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 아무 것도 아닌 일인 것 같지만, 이 마음 하나로 사람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너무 이상적인 모습을 하고 살았던 이순신의 곁에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당쟁의 희생양으로 옥살이를 하고 서울에서 도원수 권율 진영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시간동안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그를 찾아와 위로해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여비까지 챙겨주는 모습을 보며 이 사람 정말 잘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강했기 때문에 동료들 간에는 이순신이 직언을 하면, 그 직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우수사에게 잘못된 점을 말하였더니 우수사는 모든 것을 사과했던 일화-도 있었다. 그 유명한 간디도 해내지 못한, 가족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순신은 자식들과 아내 그리고 어머니에게까지 인정받는 아버지이자 남편이자 아들이었다. 그를 비판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아마 그가 높은 직위를 가지고 있고, 왕에게 신임을 받는 것보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신임 받고 있는 것이 더 두려웠을 것이다. 권력과 지위는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만은 억만금을 줘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을 얻는 법은 바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이다.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내 마음이 전해져야 한다. 이순신은 사람의 마음을 얻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매 순간 그의 진심을 담아 사람을 대했기에 그의 마음이 전해 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모든 이들이 이순신처럼 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내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이순신이 사람을 얻은 방법 외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한번쯤은 나를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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