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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책 이야기

[책리뷰] 신화와 인생

by 신치 2010. 10. 31.




1.      신화와 인생 조셉 캠벨에 대한 기록과 개인적 평가

1904년 뉴욕 화이트 플레인스에서 출생한 조셉 캠벨은 어릴 적 부모님의 영향으로 로마 가톨릭 신앙을 가지게 된다. 어릴 적 아메리카 인디언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원주민 신화에 관심을 갖고, 이것과 아서왕의 이야기에서 비슷한 맥락을 읽으면서 여러 문화권에 다양하게 산재되어 있는 신화들이 알고 보면 이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맥락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조셉 캠벨은 생물학, 수학, 중세영문학, 인류학, 민속학, 비교종교학, 철학, 미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하면서 조셉 캠벨의 의식은 더욱 크게 확장되고, 자신의 지식들을 연결하는 고리들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뉴욕에서 육상선수를 했던 경험과 색소폰 연주자였던 경험 역시 그가 신화를 자연과 예술에까지 성찰할 수 있게 큰 도움을 준 듯 하다.

미국의 대공황이란 상황에서 세속을 떠나 5년간의 칩거 생활을 하면서 오로지 책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의 머리속에 있는 것들을 정리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조셉은 신은 만물이며, 신은 라는 것과, 40여 년간의 종교, 철학, 신화연구의 결론에서 결국 각국에 펼쳐져 있는 신화와 종교가 사람들에게 주려는 메시지는 같다는 단일신화라는 새로운 개념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되었다. 이 이론을 통해 조셉은 사람들에게 종교간의 화합을 강조하게 된다.

 

신화와 인생을 통해 알게 된 조셉 캠벨이란 사람은 본인이 생각하는 바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며, 그것을 혼자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 설파하고 다니는 사람이다.

또한 조셉은 손 밖에 있는 새를 잡기 위해 내 손 안에 있는 새를 미련 없이 놓아주는 선택을 했던 사람이다.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으며, 그것이 본인이 원하는 대로 이끌어 주리라 믿고 따랐기에 신화와 여러 종교들이 주는 교훈을 그의 삶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결혼, 사랑, 종교, , 등 삶에 대한 그의 확신에 찬 목소리가 책을 통해 그대로 전해졌으며, 나 역시 그 확신에 공감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조셉 캠벨의 성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내가 마치 조셉 캠밸이란 사람에 빙의가 된 듯한 대목을 꼽자면 이런 것들이 있다.

 

첫째는, 내가 나의 삶과 우주의 중심이며 곧 신화라는 것이다. 조셉 캠밸은 계속해서 나를 찾으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즐거운 것, 희열을 느끼는 것, 정점을 찾으라고 이야기 한다. 또한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것과 규칙에서 벗어나라는 조셉의 생각에 매우 공감한다. 만약 대공황의 시기에 그가 타인의 시선에서 인정 받을 수 있는 박사학위를 따고, 하와이에서의 칩거생활을 선택 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지금과 같은 내용의 책이 나올 수 있었을까? 그렇지 못했을 것 같다. 하와이에서 5년간의 칩거 생활이나, 6개월간의 미국대륙횡단 여행 등의 선택을 하고, 예술가와 같이 본인만의 창조적인 작업에 몰두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캠벨은 다양한 경험과 깨달음을 얻었고 책도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돈에 대한 조셉 캠벨의 생각이다. 조셉 캠밸은 돈과 친하지 않은 삶을 살았고,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는 조셉 캠밸의 친구들과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돈을 따라가는 삶이 아닌 본인이 즐거운 삶을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와 같은 삶을 선택해 살고 있는 내 친구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현재는 돈과 무관하지만 각자가 정말 즐거운 것을 하다 보면 언젠가 나에게 나의 노력들에 상응하는 보답이 돌아온다는 그의 경험담은 그런 선택으로 즐겁지만 때로 힘겨워하는 내 주위의 친구들에게 꼭 전해 주고 싶은 이야기이며, 언젠가 나 역시 그러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내가 현명하고 즉각적인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 줄 것 같다. 한가지 일에 평생을 몰두한 사람들이 결국 훌륭한 부자들이 되었다는 그의 말이 그 동안 내가 가져왔던 믿음-선하고 훌륭한 부자들이 사회에 많아져야 한다는-과도 일맥상통했기에 더욱 공감이 되었던 부분이다. 돈이 인생을 그리고 사람을 망칠 수 있다는 부분 역시 정말 그렇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는, 세상에서의 방황이 나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며, 방황에서 생겨나는 넘어야 할 산들이 나에게 세상을 살면서 알아두면 좋은 지식과 경험들을 줄 거라는 것, 또한 이 장애물을 넘고 나면 나의 의식이 확장되고 그것이 깨달음에 닿을 것이라고 한다. 이 메시지는 요즘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또한 내일이 아닌 오늘, 그리고 바로 지금이 바로 내가 살아있음을 느껴야 하는 순간이라는 것도 내가 지금 살아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네 번째는, 기독교에 대한 비판이다. 조셉 캠벨은 하나님이라는 상징적 존재와 그 존재가 주는 메시지를 위해 만들어진 은유적 이야기들을 상징이 아닌 실제 존재했던 과거의 이야기로 오해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기독교와 기독교인들의 행태를 비판한다. 나 역시 다른 종교를 너무나 배척하고, 해석이 조금이라도 다른 기독교들을 이단으로 내몰고 비판하는 일부 기독교들의 행태에 굉장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러한 나의 생각이 정리 될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였다.

 

이처럼 조셉 캠벨이 그의 생각그의 모든 생각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혹은 가치관을 확고히 지키며 살아온 인생이 내게 준 메시지는 나의 삶을 긍정할 수 있는 또 다른 계기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와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되었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3.      내가 저자라면.

신화와 인생의 첫 부분은 책 전반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을 짧은 문구들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나는 내 가슴에 와 닿는 것들을 먼저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에 한번 공감을 했기 때문에 본문에 이해하기 쉽지 않았던 신화나 종교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음에도 끝까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본문은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각각의 부분들은 더 작은 이야기들의 연결로 전체가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현세에서의 삶이다.

아담과 이브에서 시작해 죽음, 사후의 삶에 이르기까지 삶의 과정을 총 25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성과 남성의 차이, 결혼, 사랑, 관계, 교육, , , 성장, 의례, 죽음, 그리고 사후의 삶에 대해 각각 조셉 캠벨이 주고 싶은 메시지-예를 들면, 사랑의 다양한 종류와 요소, 현실의 어려움이 지나고 보면 또 다가오는 현재의 나를 만들기 위한 디딤돌이었음, 스스로 일어서고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면 결혼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언, 결혼 뿐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내가 중심이 되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단호히 정리해야 함 등등-를 적절히 전할 수 있는 신화나 종교 안에서의 이야기 또는 조셉 캠벨 본인의 경험담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이야기를 읽는 동안 과정을 따라 나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또한 재미있는 것은 첫 번째 이야기의 연결선상에 두 번째 이야기가 있고, 계속해서 연결되어 마지막 25번째 이야기까지 앞뒤의 이야기들이 서로 연결이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목걸이의 구슬을 하나로 잇는 줄처럼 전체를 꿰고 있는 메시지도 있다. 전체 이야기 안에서 바탕이 되고 있는 메시지는 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에 내가 생각하던 방식의 일치와 공감, 혹은 아무 비판 없이 학습되었던 나의 관념들을 되돌아 보고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즉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해준다.

 

두 번째는 깨달음을 향한 길이다.

말 그대로 첫 부분에서 찾은 를 중심으로 하여, 깨달음으로 갈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45개의 작은 이야기들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또한 앞 뒤의 이야기가 여기서도 연결이 되고 있다. 특히 이 장에서는 신화의 종교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그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의 차이가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모든 종교 혹은 신화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을 통해 를 보게 하고 스스로 깨달음을 얻게 만든다.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은 만물이며, 임을 깨닫는 과정인 것이다. 각 종교에서 쓰는 용어들이 뒤섞여 있으면서, 서로 같은 해석을 할 수 있는 단어들을 알려줌으로써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는 종교와 신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철학에까지 확장되어서 한편으로는 많이 헷갈리기도 하고 어렵긴 했지만, 철학에 대한 흥미가 생기기도 했다. 기존에 믿는 종교가 있든 없든 종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으며, 타 종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또한 여성의 영웅담은 왜 없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기존 신화의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하기도 한다.

 

세 번째는 성스러운 삶과의 조우이다.

첫 번째에서 나를 알고, 두 번째에서 내가 깨달음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면, 세 번째에서는 이미 깨달음을 얻은 삶을 사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이다. 미술, 불교미술, 미술가, 춤 등의 예술을 통해 신을 접하는 것 즉 깨달음에 도달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예술을 직업에 빗대어 예술을 하듯 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신화란 내가 있는 곳을 신성화시키고, 나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첫 번째에서부터 마지막까지 계속해서 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물론 이 궁금증이 생긴다는 사실은 책을 두 번째 읽을 때 확실히 알게 되었다. 책을 처음 읽을 때, 신화 종교 철학 등등 모든 것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읽고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생소한 단어들과 내용들이 많았다. 그래서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도 많이 있었다. 다행히 두 번째 읽으니, 단어들이 좀 익숙해지기도 하고 책의 내용과 전체 흐름이 머리 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조금 더 친절하게 썼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개의 이야기들로 다양한 관점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지루하지 않거나 더 많은 내용을 알려줄 수 있어서 좋을 수도 있겠으나, 오히려 한 두개의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쓰는 것이 나처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이해하기 더 쉬운 방법이지 않을까.

 

여러분이 비틀거리며 넘어지려는 곳, 거기에 여러분의 보물이 묻혀 있다 p33

 

이 책을 읽으면서 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걸까?’

지금 하는 일은 재미있는 건가?’

당장 그만 두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 중에서도 가장 힘이 된 것은 지금 비틀거리며 넘어지기 일보직전이 현재 상황. 하지만 여기에 바로 나의 보물이 묻혀 있다는 저 문구. 이 책을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사람마다 마음에 닿는 부분이 다르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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