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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책 이야기

[책리뷰]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by 신치 2010. 10. 31.




1.     저자에 대하여 카를 구스타프 융.

카를 구스타프 융은 1875년 스위스에서 독실한 기독교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융은 본인이 관심이 있는 것에 열정적인 에너지를 쏟아내곤 했다. 그래서 학교에 다니면서 재미있어서 참여하는 수업과 재미가 없어서 참여를 하지 않는 수업의 경계가 분명했다. 그래서인지 융은 관심 없는 분야에 관련한 수업에서는 중간 정도의 결과를 보여주다가 가끔 본인이 관심 있는 주제가 나왔을 때 그의 내면에 숨겨져 있던 그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곤 했다. 덕분에 당시 융의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평소의 융의 모습을 봤을 때 전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훌륭한 결과물이었기 때문에- 의심을 사기도 했다. 이 사건은 그를 비도덕적인 인간으로 만든 사람들에 대해 크게 분노하게 된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하여 그는 2의 인격이라는 것에 대해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몰입하고 열정적인 융의 모습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융은 바젤 대학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친구들뿐만 아니라 교수조차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정신분석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졸업 후, 부르크 휠츨리 정신병원에서의 다양한 환자들을 치료하며 겪은 심리 분석 경험 덕분에 정신치료 관련된 수많은 연구자료와 이론들을 남길 수 있게 된다. 특히 당시에 관심을 받지 못했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을 연구하고, 프로이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융 자신만의 정신분석학을 점차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또 다른 토대를 만들게 된다. 하지만 결국 프로이트와는 서로 다른 의견 차이로 인해 결별하게 된다.

 

융은 어릴 적부터 다락방에 숨겨놓은 필통과 인형을 시작으로 혼자만의 비밀을 간직하고, 그것에 대한 의미부여를 하는 것들은 그가 자라면서 겪게 되는 신기한 경험들을 하게 될 것임을 암시 해 주는 것 같다. 융은 혼자서 놀고, 혼자 여기저기 다니며 상상하면서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을 가지는 것을 즐겼다. 남들과 다른 길을 계속해서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융이 혼자만의 시간에 겪는 고독감에 이미 중독이 되어버렸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세 살, 네 살의 아주 어릴 적의 기억부터 자라온 과정에서 겪은 경험, 꿈들을 생생하게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가장 큰 놀라움이었다. 융 뿐만 아니라, 융의 딸에게서 나타나는 이런 신기하고 놀라운 능력들은 융의 외가에서 전해 내려오는 것이다. 융과 만나면서 내내 드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만약 융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신내림을 받아서 99.9% 맞추는 무당이 되었을 것 같다. 외할머니, 어머니, , 그리고 딸에게까지 전해 내려오는 신내림. 아마 융의 아버지가 목사님이 아니었고 융이 딸이었다면, 정말 무당이 됐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융은 인생에서 항상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산다. 꿈을 꾸었을 때도 왜 이 꿈을 꾸었을까? 이 꿈을 통해 나에게 얘기하려는 것이 무엇일까?, 환자들이 각자 다양한 반응을 보일 때에도. ‘이 환자는 왜 이런 반응을 보일까?’ 이런 질문이 나도 알지 못하는 나의 깊은 내면에 있는 것들 중에 나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들, 즉 융이 전생애에 걸쳐 이룩한 분석 심리학의 기초를 마련하게 되었다. 이 결과물들이 현대에서도 심리학 뿐 아니라 종교와 문학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연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융은 참 좋은 의사였다.

유명인사들과의 단편적인 대화보다 훨씬 더 많은 의미가 있었다. 나의 생애에서 가장 아름답고 큰 성과가 있었던 대화들은 이름 없는 사람들과의 대화였다. P272’

자신에게 먼저 적용해보고 자신을 치료할 수 있어야만 환자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 감정 속에 숨겨져 있는 무의식들을 찾아내는 만큼 심적으로 편안해 진다는 것 등 의사로서 가지고 있는 융의 마음가짐이 가슴에 많이 와 닿았다. 융이 만났던 다양한 상담 사례를 보면서 나도 융에게 상담 받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 사람과 얘기 하다 보면 내 안에 응어리져 있는 것들이 풀릴 수도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요즘 신경과 의사들과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는데, 융은 어떻게 이야기를 하면 환자들이 신경증에서 벗어나 심적으로 편안해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가 최대의 관심사이자 고민이었다. 요즘 정신과 의사들은 오로지 무슨 약을 먹여야 이 사람이 좋아질까?’만 고민하는 것 같다. 과연 약물로 치료 될 수 있는 정신병, 신경증세가 있을까?? 융의 사례들을 보면 더욱 더 그러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융은 꽤 겸손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본인이 평생에 걸쳐 연구를 하며 쓰는 책들이 오로지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개인의 견해일 뿐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학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늘 그는 무의식이 그에게 주는 의견,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진행되는 상황들을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는 늘 본인이 부족하다고 느꼈으며, 스스로 더 많은 경험과,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평생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한 이 시대의 진정한 학자였다.

 

융을 보며 많이 배웠다.

내 생에 최대의 관심사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그러기 위해서 나는 어떤 지식들을 계속 쌓아가야 할까?’, ‘나의 무의식은 무엇일까?’ 아직 결론은 모르겠지만, 내가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야 할 질문들이다. 이런 질문을 던져준 것에 크게 감사드리고 싶은 사람. 카를 구스타프 융.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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