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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책 이야기

[책리뷰] 서양철학자, 버트런트 러셀

by 신치 2010. 10. 31.



1. '서양철학사' 저자 버트런트 러셀에 대하여..

1872년 영국의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버트런트 러셀.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조부모님 슬하에서 자랐다. 어릴 적의 그는 하루 일과 중 정원에서 보내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여긴 감성이 풍부하고 한편으로는 고독한 소년이었다. 혼자 있는 와중에도 그는 계속해서 무엇이든 배우려고 했다. 그가 강렬한 삶을 살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은 끊임없이 사랑하고자 하는 열망, 끝이 없는 배움에의 욕구,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불합리한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사랑하고자 하는 열망은 러셀이 평생에 걸쳐 뜨거운 사랑을 여러 번-혼외 사랑까지 아름답게 포장하는 것이 과연 맞는 건가? 라는 생각은 들지만- 할 수 있게 해주었고, 배움의 욕망에 들끓었던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수학과 도덕, 과학을 공부했으며, 특히나 수학을 가장 좋아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게 되면서, 철학, 과학, 사회학, 교육, 정치, 예술과 종교에 이르는 엄청난 지식으로 책을 썼으며, 1950년에 노벨 문학상까지 수상했다. 러셀은 본인이 생각하는 진실을 사회의 진실과 더불어 세상에 알리고, 스스로도 그것을 몸소 실천하려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무정부주의자, 좌파, 회의적 무신론자롤 정의하고 정치적 활동, 대중계몽, 교육을 통해 진실을 알리는데 힘썼다. 평화주의자였던 러셀은 반전운동, 핵무장 반대운동, 여성의 성해방 운동을 통해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들이 사회적으로 억압되고 있는 상황에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히고, 진실에 다가갈 수 있게 지속적인 활동과 노력들을 했다.


러셀이 평생 지키고자 했던 지행합일의 노력은 그가 지은 책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금욕과 근면을 강조했던 스토아학파에 반대되는 쾌락주의를 추구하는 철학자였던 러셀은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인간적인 면은 점점 사라지고, 노동에 따른 인간의 가치평가, 물질적인 것만으로 행복을 평가하는 사회적 분위기, 일벌레가 되어-노동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수를 받지 못하고 먹고 살기엔 점점 척박해지는 현실-서 점점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이 줄어드는 사람들에게 ‘게으름에 대한 찬양’이란 책을 통해 게을러지라고 얘기한다. 최소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의 책이 세월이 수십 년 흐른 지금도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은 한편으론 러셀이 책을 쓴 당시와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참 씁쓸한 점이다. 하지만, 산업화가 진행되던 초기에 이와 같은 통찰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생각하는 진실에 대한 본인의 의지가 확고하고, 그것을 위해 실천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항상 노력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이는 러셀 자서전에서는 그가 살아온 삶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그 삶에서 살아 움직이는 철학을 보고 느낄 수 있다. '행복의 정복'이라는 책에서는 러셀이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에 대해 나온다. 자체가 기쁨을 빚어내는 원천인 사랑을 하라는 것, 타인, 여론을 두려워하지 말것, 때로는 일탈적인 언행이 명랑하고태평스러운 태도를 가질 것 등에 대해 얘기하며, 사람들에게 행복을 적극적으로 찾으라고 얘기해준다. 이 책 역시 러셀의 통찰력과 철학적 가치관이 잘 드러난다.


서양철학사에서 러셀을 보니, 그는 천재라는 생각이 든다. 철학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전혀 없는 내가 읽었을 때에는 이해하기가 참 어렵긴 했으나, 전체 철학의 역사를 훤히 꿰뚫고 있고, 철학자들끼리 주고 받은 영향력,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롭게 생기거나 없어지는 철학 학파들 뿐만 아니라 종교, 수학, 과학에 이르기까지 당대에 시대상황 전체에 대해 정리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러셀은 진짜 ‘철학자’이다. 그런 방대한 양의 지식을 쌓기까지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왜?’라는 질문이 가득했을 것 같다. 질문에 꼬리를 물고 계속 파고들다보니, 각종 학문들을 섭렵하게 되고, 어느 순간 머리에서 ‘번쩍’ 러셀이 공부한 학문들간의 관계가 보였을 것이다. ‘지식에의 열망’을 몸소 보여준 사람이고, 그 지식들을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 실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 훌륭한 인권/평화 운동가이자 철학자이다.


저자에 대해 쓰고 나니, 그의 다른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특히 '게으름에 대한 찬양'과 '행복의 정복' 그리고 '러셀 자서전'은 필히 읽어봐야겠다. 모처럼 너무 훌륭한 가치관과 신념을 가지고 도덕적으로 살아온 사람을 만나게 되니 참 기쁘다.


 

2. 내 마음을 무찔러 드는 글귀




3. 내가 저자라면...

서양 철학사라는 책이 도착해서 받아 드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1000여 페이지에 너무 생소한 이름들과 단어들. 너무 어려웠다. 철학을 전공하지 않았거나, 철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 처음 읽기에는 이해하기 정말 어려울 것 같다. 읽고는 있지만-내가 너무 무지해서 그렇겠지만-, 이건 글자만 읽고 있는 것이지 내용을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책을 읽고 나서 저자에 대해 알고 난 이후에 오히려 책의 내용 중 러셀이 직접 철학자나 철학학파의 가치관에 비판하는 내용들을 이 사람이 왜 비판했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옮긴이 서문에서 러셀이 살아온 개인적인 삶과 그 삶 속에서 인권/평화운동에 적극적이었으며, 여성해방에 관심이 있었던 부분, 무정부주의자, 좌파, 무신론자 , 유년 시절의 모습과 성장한 환경 등 러셀 개인의 삶을 조금이나마 드려다 볼 수 있고, 그러한 삶에서 파생되어 지금껏 지켜오고 있는 신념-책 전반에 영향을 미쳤을-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담아 주었더라면, 오히려 책을 이해하기 더 쉬웠을 것 같다.


책의 전체 구성은 고대 철학에서부터 근현대 철학까지 철학의 역사를 시간의 흐름에 맞추어 철학자나 학파들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각 장의 연결의 매개로 하여 진행하고 있다. 철학의 역사를 설명하는데 있어 필요한 시대적 배경들과 철학, 과학, 그리고 수학 등 학문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철학가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 해 나가고 있다. 저자는  기존의 자료에서 각 철학자들에 대한 자료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자료가 실제 철학자의 모습인지 혹은 모함이나 칭찬을 하기위해 정치적인 목적이 개입이 된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각 철학자들의 역사를 이야기하려고 애쓴다. 물론 철학의 역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여부 등은 저자의 주관적인 견해가 들어가 있고, 저자의 가치관과 맞지 않거나 저자가 싫어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바로 비판과 지적을 한다. 철학자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는 것은 좋으나, 중립적으로 쓰려고 노력하다가, 갑자기 저자의 비판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이 드러내다보니, 저자가 이중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로는 저자에 대한 신뢰가 좀 떨어지기도 한다.


책을 쓸 때, 독자층을 어떤 사람들-전문가인지, 일반인인지-로 선택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철학에 정말 무지한 내가 읽은 바로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참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이라는 것 자체가 어려운 학문이긴 하지만, 시대적 상황과 철학자에 대한 것이 마구 섞여 있어서 정리가 잘 안 된 것 같다. 오히려, 시대적인 흐름-정치적인 상황과 배경들-에 대해서는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이야기로 1권에서 모두 써서 전체적인 시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2권, 3권에서 각각의 이야기 흐름에서 나왔던 학파와 학자들에 대해 자세히 적었더라면 좀 더 이해가 쉽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근현대 철학으로 오면서 철학이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많이 줄어들게 된 것 같다. 철학가들의 사유도 좀 더 자유로워-왕과 교황의 권력이 최고일 때, 정치적 권력자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으면 사형에 처해 졌던 시대에 비하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19세기 철학자인 벤담의 신념 -여자와 남자가 동등하다는 신념,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등-과 리카도-모든 가치가 노동에 의해 부여된다면, 보상은 모두 노동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등 공리주의자들의 철학적 신념이 저자인 러셀과도 비슷하지만, 내게도 굉장히 공감되는 부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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