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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개인적 단상

어느 새벽의 잡념.

by 신치 2011. 6. 27.

새벽 2시 30분쯤. 눈을 떴다. 평소 같았으면 잠깐 눈을 떴다가 금새 다시 잠들어 버렸을텐데, 오늘은 이상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이 또렷해진다.

누워서 핸드폰을 가지고 페이스북에 올린 어느 분의 글을 읽었다.

한 때 불꽃 튀는 연애를 하고, 갑자기 떠나간 사랑 이야기. 사랑하는 이가 갑작스레 떠나고 너무 힘들었고, 한동안 그 사람이 계속 꿈에 나타났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꿈 속에서 '우리는 헤어졌다'라고 말을 들었는데, 두 사람의 관계를 잡고 있던 그녀의 무의식이 '헤어졌다'라고 인지하는 그 때부터 더 이상 꿈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나서, 갑자기 아빠 생각이 났다.

2005년 봄.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이상하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꿈에서조차 아버지를 만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하지만 나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의 꿈에는 한번 이상 다 나타났다. 이상했다.

'왜 내 꿈에 아빠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정말 엄마 말대로 내가 아빠에 대한 애정이 부족해서 그런건가?'
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제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아빠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너무나 빨리 인정하고 받아 들였기 때문이다. 정말 엄마 말대로 아빠 살아생전에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너무 없어서, 그만큼 빨리 인정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융을 만나면서도, 생각한 것이지만, 생각보다 '꿈'이라는 놈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굉장히 다양한 것 같다. 그리고 문득 꿈을 해석해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꿈을 정말 자주 꾸지 않는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꿈이 있다면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꿈이 있다면 꼭 기록 해 두어야겠다고 다짐한다.

왠지 이런 풍경의 새벽이 보고 싶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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